배 속 아이 위해 수술 미룬 엄마...5명에게 새 삶 선물 후 떠나

성지안 기자 승인 2024.02.27 14:53 | 최종 수정 2024.02.28 16:24 의견 0
사진=한국장기기증원 제공

[디앵커=성지안기자] 임신 중 배 속의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수술을 미룬 여성이 5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사연의 주인공 여성 이하진(42) 씨는 지난 2020년 모야모야병 진단을 받았다. 모야모야병은 뇌 속 내경동맥의 끝부분이 좁아지는 만성 진행성 뇌혈관 질환으로 초기 증상으로 뇌전증 발작 형태로 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성인의 경우 간헐적인 두통 이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씨의 악화되는 증상에 병원 측에서는 즉시 수술한 것을 권했지만 당시 이 씨는 둘째 자녀를 임신 중이기 때문에 출산 후 수술을 받기로 결정했다.

지난 2023년 12월 미뤘던 수술을 받은 이 씨는 요양병원에서 회복을 마치고 퇴원했다. 그러나 독감을 심하게 앓은 후 지난 1월 17일 새벽 갑작스러운 뇌출혈 증상이 나타났다. 이 씨는 응급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 씨의 남편 김동인 씨는 아내가 생전에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는 점을 받들어 장기기증에 동의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에 따르면 이 씨는 지난달 23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5명에게 심장과 폐장, 간장, 좌우 신장을 기증해 5명에게 새 생명을 선물했다.

남편 김동인 씨는 아내 이 씨에게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편히 잘 살았으면 좋겠어. 애들은 내가 잘 키울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편안하게 지켜봐 줘. 잘 지내. 사랑해"라며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 문인성 원장은 "하늘에서 천사가 되셨을 기증자와 숭고한 결정을 통해 생명 나눔을 실천해 주신 기증자 유가족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기증자를 통해 새 삶을 받은 다섯 명의 이식 수혜자도 따뜻한 세상을 함께 만들어주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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