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색 없다"…삼성그룹 사상 첫 '초기업 통합 노조' 정식 출범

김철 기자 승인 2024.02.19 11:54 | 최종 수정 2024.02.22 01:01 의견 0
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식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열렸다. 사진=연합뉴스

[디앵커=김철 기자] 삼성그룹의 최대 규모이자 사상 첫 초기업 통합 노동조합이 정식 출범했다. 또한, 정치색 없이 오직 삼성그룹 근로자의 권익 위한 노조라고 설립 목적을 밝혔다.

삼성의 4개 계열사 삼성전자DX(디바이스 경험) 노조와 삼성화재 리본노조, 삼성디스플레이 열리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등 4개 노조가 통합해 19일 출범했다.

그동안 삼성 계열사 노조들이 연대하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연대 형태가 아닌 노조 자체가 통합해 설립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초기업 노조'는 서울 강남역 인근에 위치한 한국컨퍼런스센터 회의실에서 이날 출범식을 열고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아직 정식 가입하지 않은 삼성전기 존중노조까지 5월에 합류하면 초기업 노조는 총 5개 계열사로 늘어난다.

현재 초기업 노조의 조합원은 총 1만5800명이며, 각 지부로 편성되는 삼성전자 DX지부가 6100명, 삼성디스플레이 열린지부는 4100명, 삼성화재 리본지부 3400명,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가 2200명이다.

삼성전기 존중노조 조합원 2100명까지 합류하게 되면 노조 총인원은 1만7900명으로 집계된다. 이는 삼성 관계사 노조 중 최대 규모인 전국삼성전자노조의 1만7000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이날 출범식에서 노조는 "그동안 그룹 또는 사업지원 TF(태스크포스)라는 이름으로 각 계열사의 업황, 인력구조, 사업이익과 별개로 획일적으로 통제받는 지금의 불합리한 노사관계에서 탈피하고자 한다"고 선언문을 발표했다.

또한, "개별 계열사 노사관계의 자주성을 확립하고 동등한 관계 하의 유연한 노사 교섭을 통해 각사 실정에 맞는 임금, 복지, 근로조건 수립을 목적으로 한다"고 덧붙였다.

홍광흠 초기업 노조 총위원장은 "삼성의 임금협상은 임금인상률에 계열사 실정이 반영되지 않고 가이드라인의 통제를 받아왔다"며 "공식적으로 공동 요구안을 만들 생각은 없지만, 그룹 가이드라인에서 벗어나 차별적으로 교섭을 진행하자는 것이 요구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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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출범식에서 발언하는 홍광흠 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치색 없고 오직 삼성 근로자 권익 향상 힘쓸 것"

이번에 출범한 초기업 노조는 정치색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상급 단체 없이 오직 삼성 근로자의 권익 향상과 건강한 노사 문화 정립에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과거 정치적·폭력적 노동문화에서 탈피해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노동문화 실현을 꿈꾸며, 철저히 정치색을 배제하고 오롯이 삼성 근로자의 경제적 이익, 삶과 업의 균형, 건강한 근로조건 수립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사 간 상호존중 문화, 이익의 합리적 배분을 통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회사의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고, 외부 노동단체가 아닌 우리 내부로부터의 자발적 변화를 통해 대한민국 노동문화의 새로운 파랑이 되겠다"고 밝혔다.

초기업 노조에는 다른 삼성의 계열사 노조가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 총위원장은 "다른 계열사에서 상급 단체에 가입하지 않은 노조, 노조가 없는 계열사의 노사협의회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노조 없는 계열사에서 뜻있는 분들이 나서면 지부 설립을 도와드리고 교섭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초기업 노조에 참여하는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최근 각 사측과의 임금협상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열린노조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유하람 초기업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중노위 중재가 없고 사측에서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같이 단체행동을 하는 등 초기업 노조 차원에서 지원이 있을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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