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시행 앞둔 EU '디지털시장법(DMA)'… 애플 등 '빅테크 기업'과 갈등 본격 점화될까

김도하 기자 승인 2024.02.19 02:43 | 최종 수정 2024.02.22 01:06 의견 0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애플에 5억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사진=연합뉴스


[디앵커=김도하 기자] 다음 달 전면 시행되는 '디지털시장법(DMA: Digital Markets Act)'. 이를 두고 빅테크 기업과 EU의 갈등이 본격 점화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다.

DMA는 EU가 디지털 시장에서 구글이나 애플, 페이스북 등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이 독점적 지배력을 행사해 이용자의 권익이나 경쟁사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는 보다 강력한 규제 법안이다.

국내에서도 같은 맥락의 '플랫폼 공정경쟁촉진법', 일명 '플랫폼법'이 최근 정부안 발표를 앞두고 돌연 연기되기도 했다.

그런데 EU는 시행 의지가 한국 정부와는 달라 보인다. DMA 시행 이전부터 애플이 가장 먼저 철퇴를 맞게 됐다.

18일 로이터·블룸버그 통신은 '파이낸셜타임스(FT)'를 인용해 "EU집행위원회가 다음 달 초 애플의 반독점범 위반 혐의에 대해 약 5억유로(7200억원) 수준의 과징금을 부과한다고 발표할 것"이라며 보도했다.

아직 진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만약 사실이라면 애플은 사상 처음으로 EU에서 반독점법 위반으로 과징금을 물게 된다.

따라서 내달 DMA의 시행을 앞두고 DMA에 적용되는 디지털 시장의 공룡 기업들과 EU간 갈등의 시작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DMA는 빅테크 6개 기업의 유럽 내 독과점을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다. 사진=AP연합뉴스

DMA는 어떤 법안…'게이트 키퍼' 6개 美中 기업 대상

DMA는 전 세계 시장에서 나날이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의 독과점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 골자인 법안이다.

소셜미디어나 검색엔진, 영상 플랫폼과 같은 디지털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 중 일정 규모 이상을 일명 '게이트 키퍼(Gate Keeper)'로 지정하고, 이에 해당하는 기업들은 시장 내에서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의무와 여러 금지사항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흔히 알고 있는 유명 디지털 플랫폼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하는데, 구글(알파벳)과 애플,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틱톡 운영사 바이트댄스 등 6개 기업이 지난해 9월 초에 지정됐다.

한국의 삼성전자도 EU가 정한 정략적 요건에 부합하기 때문에 '잠재적 규제 대상'이었지만, 최종 명단에서 제외됐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휴대전화에 탑재된 삼성 웹브라우저 서비스가 EU의 정략적 요건을 충족한다고 자진 신고했지만, EU는 "삼성 측에서 시장 지배력 남용 우려가 있는 게이트 키퍼의 요건에 충족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충분히 정당한 논거를 제공했다"고 제외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EU가 제시하는 DMA상 게이트 키퍼의 요건은, 온라인 중개 서비스와 검색엔진, 소셜 네트워크, 영상 플랫폼, 개인 간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운영체제,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광고 서비스 등 8가지 핵심 플랫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 중 다음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세 가지 조건은 △ EU 역내 국가에서 연간 6500만명 이상 최종사용자와 1만명 이상의 사업이용자 보유 △ 최근 3년간 연간 매출액이 65억유로 이상이거나 시가총액 650억유로 이상 △ 견고하고 영속적인 시장 지위를 갖고 있고 다른 시장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경우 등이다.

게이트 키퍼로 지정된 사업자는 플랫폼 자체 서비스와 제품을 경쟁사의 서비스와 제품보다 우선적으로 표시하거나 설치해서는 안 된다. 또한, 플랫폼 이용자들의 데이터를 독점적으로 활용해서는 안 되고,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거나 탈퇴하는 행위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플랫폼 이용자들의 행동을 감시하거나 조작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다만,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3일(현지시각)에 보도자료를 배포해 애플의 문자 서비스 '아이메시지'와 마이크로소프트의 검색엔진 '빙'과 웹브라우저 '에지', 자체 온라인 광고 서비스 등 4개는 게이트 키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한편, 앞서 대부분의 게이트키퍼 기업들이 속한 미국 정부는 EU를 향해 "미국 기업만 차별하지 말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애플은 2019년 스포티파이의 제소로 시작된 EU집행위원회의 조사에서 강력한 지위를 남용해 경쟁자의 이익에 반하는 반경쟁적 거래 행위를 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사진=연합뉴스

시행 전부터 '발목' 잡힌 애플…2019년 '스포티파이'의 제소 영향

애플은 DMA 시행이 다가오면서 여러 조치를 내놨다. 물론, 오는 3월에 DMA가 시행되는 유럽에 한정된 조치다.

유럽 아이폰 이용자들은 오는 3월부터 애플의 앱스토어 외에 다른 앱마켓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됐다.

개발자도 아이폰의 인앱 결제 대신 다른 결제 수단을 이용할 수 있고, 그동안 강제했던 인앱 결제의 수수료는 30%에서 17%까지 낮아지게 된다.

또한, 간편결제인 애플페이 외에 다른 결제 앱도 허용하기로 했다. 애플의 기본 웹브라우저 '사파리'도 구글의 '크롬'이나 다른 웹브라우저를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해 각종 언론은 "애플의 15년 철옹성이 무너졌다"며 일제히 보도하기도 했다. 미국의 CNN은 "2008년 앱스토어가 시장에 데뷔한 지 15년 만에 생태계를 뿌리부터 바꾸는 가장 큰 변화”라고 칭했고, CNBC 방송에서는 "애플의 '벽으로 둘러싸인 정원'에 큰 금이 갔다"고 평가했다.

DMA는 지난 2020년 12월 15일에 EU 집행위원회에 의해 발표됐다. 그러나 애플은 2019년에 음악 스트리밍 앱 '스포티파이'로부터 제소를 당해 EU집행위원회의 조사를 받아 왔다.

애플이 자사 서비스 애플뮤직에 특혜를 줘서 스포티파이가 월간 구독료를 불가피하게 인상했다며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EU집행위원회가 스포티파이의 제소를 받아들여 조사를 시작했고, 그 결과가 나와서 곧 발표가 있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EU 집행위원회는 조사 과정에서 애플이 앱스토어를 이용하지 않고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리지 않았거나 이를 유도하는 방법을 막았는지를 살펴봤는데, 애플이 강력한 지위를 남용해 경쟁자에게 반경쟁적 거래 관행을 강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해졌다.

당초 애플은 글로벌 매출의 10%인 약 40조원의 과징금을 낼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종 과징금은 약 5억유로, 한화 약 7200억원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지난 2020년 프랑스에서 반독점법 위반에 대한 과징금으로 11억유로(약 1조6000억원)를 받았고, 곧바로 항소해 3억7200만유로(약 5400억원)까지 낮춘 바 있다.

이러한 외신의 보도와 함께 빅테크 기업들과 EU간의 첨예한 대립이 시작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향후 양단의 조치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디앵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